함께 쓰는 CCM리뷰 [리뷰]나무엔 4th 찬송가 - Exhibition HYMN 시간에 닻을 달다 (CD) (이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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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인피니스 댓글 0건 조회 10,201회 작성일 17-12-06 12:05본문
#글 1. “원곡의 멜로디 자체가 워낙 훌륭한 노래이기 때문에 녹음 과정에서는 아주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편곡 자체도 멜로디를 해치지 않기 위해 악기 연주의 두드러짐을 억눌렀다.” - 대중가요 그룹 015B 5집(1994년)의 속지에서 ‘슬픈 인연’의 제작기.
#장면 1. 유시민 작가가 물었다. “그런데 김광석의 노래가 오래가는 이유가 어디 있다고 봐요?” 토이(TOY)의 유희열이 답했다. “목소리. 저는 가사, 멜로디도 좋긴 하지만, 결국 가수한테 얼굴, 표정 그런 걸 담고 있는 건 목소리인 거 같아요.…(중략) 세대에 길이길이 남는 가수들을 보면 다 목소리예요.” - TV 프로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 사전’ 중에서.
이번 나무엔 4집 앨범을 듣고 떠오르는 한 개의 글과 한 개의 장면입니다. 나무엔 앨범은 찬송가를 리메이크한 곡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저는 나무엔을 알고 있었지만 앨범으로 듣는 건 처음입니다. 듣다 보니 악기가 피아노와 키보드, 건반 악기 하나입니다. 밋밋하다 할 수 있을텐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목소리가 모든 악기를 덮을만큼의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찬송가는 오래 전에 많은 이들이 만든 수많은 곡중에서 가사나 멜로디면에서 성경적이고 친숙하며 뛰어나서 살아남은 곡입니다. 즉, 고전입니다. 검증되었다는 겁니다. 멜로디나 가사가 뛰어나다 보니 다른 여러 악기가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건반 악기와 목소리만의 편곡으로 찬송가의 본질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제 대부분의 CCM 앨범에서 찬송가를 새롭게 만들어 한 두곡을 넣는 게 대세가 되었습니다. 전문적으로 찬송가만을 재편곡하여 부른 CCM 아티스트는 한웅재와 나무엔일 겁니다. 대개의 찬송가를 편곡할 때 기타, 드럼, 베이스, 현악기, 코러스 등 다양한 악기들을 써서 새롭게 합니다. 나쁘진 않은데 어떤 경우에는 연주에 치중한 나머지 연주 실력만 드러나고 찬송가는 뒤로 물러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소금과 간장, 고춧가루 등 자극적인 양념을 잔뜩 넣어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는 겁니다. 정말 맛있는 집의 비법을 들어보면 “재료 자체가 신선하면 굳이 양념을 강하게 넣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찬송가는 재료 자체가 워낙 신선하고 맛이 좋습니다. 새롭게 한다고 해서 여러 양념을 더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그것이 찬송가 본연의 깊이를 망가뜨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015B 5집 속지에서 ‘슬픈 인연’을 만들 때 멜로디를 부각시키기 위해 악기 연주를 강하게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겁니다. 이 앨범도 더 많은 악기를 넣을 수 있었지만 찬송가의 본질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악기들을 뺀 것이라 봅니다.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목소리에 압도당합니다. 강하지도 않은데 심심하지도 않습니다. 목소리만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마치, 찬송가가 만들어질 때 작곡자가 작사가가 “이 곡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게 첫 번째이고, 다음으로 훗날 부를 ‘나무엔’이라는 한국의 CCM 가수를 위해 지어야 해.”라고 합의한 것처럼 딱 맞춘 양복처럼 최적화되었습니다. 멜로디와 가사가 정확하게 들립니다. 목소리의 힘을 느낍니다. 김광석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가 목소리라고 했던 유희열의 말이 대중가요가 아닌 찬송가를 듣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
목소리도 목소리인데 찬송가를 대하는 보컬리스트로서의 바른 해석도 좋습니다. R&B 가수처럼 목소리를 심하게 뒤틀어서 마치 ‘나 노래 잘 부른다’ 자랑하는 것처럼 꾸미려하지 않고 담담하고 담백하게 부르면서 자신은 뒤로 빠지고 찬송가의 멜로디와 가사를 드러내게 합니다.
악기를 건반 악기로 축소시키고 목소리도 최대한 힘을 빼서 부르므로 얻는 편곡의 효과는 ‘찬송가를 여러 음악 장르의 하나가 아닌,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해 만든 100% 찬송가로 들리게 한다’는 점과 듣는 이 한 사람을 위한 곡으로 들리게 한다는 겁니다. 다른 리메이크된 찬송가는 “모두를 위한 찬송가”로 들리는데, 나무엔이 리메이크한 찬송가는 “나 한 사람을 위한 찬송가”로 들리게 합니다. 나무엔이 내 귀에 대고 “너에게만 하나님의 크고 비밀한 일을 들려줄게!” 속삭이는 듯합니다. 성령님이 한 사람 한 사람 속에 들어가서 같은 성령이지만 각자의 성령으로 역사하듯, 이 곡이 군중속에서 들려져도 한 사람 한 사람만을 위한 ‘나 한 사람을 위한 찬송가’로 들리게 한다는 건 아주 큰 장점입니다.
총 13곡 중에서 한 곡은 외국곡이고, 한 곡은 자작곡을 넣었습니다. 흐름에 무리없습니다. 속지에 넣은 최진희 작가의 그림은 앨범과 맞고 자체로 좋은 묵상을 하게 합니다. 그림을 보면서 음악을 듣는다면 하나님이 나만을 위한 메시지를 들으실 겁니다. 이 앨범의 제목은 “시간에 닻을 달다”입니다. 앨범 뒤 케이스에는 이런 글이 나옵니다. ‘이제 흐르는 시간에 닻을 내립니다. 흐르나, 흐르지 않고 멈춘 듯한 고요함 가운데 닻을 달아 내립니다.’ 시간의 닻을 내려 시간 속에 흐르는 음악으로 조용히 묵상한 후, 닻을 올려 세상으로 항해한다면 이 앨범이 주는 ‘찬송가의 평온한 <강령>’이 어떤 소리에도 의연하게 하고, 어떤 현상에도 흔들리지 않게 할 겁니다.
- 이성구(순전한 나드 출판사, http://mutation0212.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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